점심 햇살이 아스팔트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약국안에서 보는 도로는 투명하다 못해 눈이 부시다. 거리는 한산하고 자동차들은 느릿느릿 기어다닌다. 모든것들이 햇살의 지배에 힘을 못쓰고 납작 업드려 눈치를 살피는 격이다. 나는 책상에 앉아 책을 읽다가 이따금 고개를 들어 밖을 내다 보았다. 간혹.. 이약사 이야기 /일상다반사 2010.06.16
엄마 살면서 깜짝 깜짝 놀랄때가 많다. 그토록 닮고 싶지 않았던 엄마의 모습이 그대로 또는 감쪽같이 변형되어 나에게 나타나는 것을 발견할때다. 이를테면 내가 정리정돈을 제때 안한다는지, 아이들에게 스킨쉽이 없다던지, 음식하기에 전혀 관심도 소질도 없다던지 남편에게 무뚝뚝하다던지 할때 말이.. 이약사 이야기 /일상다반사 2010.06.15
경계 난 내가 이렇게 부지런한 사람인줄 몰랐다. 난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부지런해지고 더 예뻐지고(?) 더 가벼워지는 것 같다. 집안일과 약국일과의 경계, 집안일에서도 남편이 해야할일과 내가 해야할일, 약국일에서는 직원이 해야할일과 내가 해야할일 등에 대한 뚜렷한 구분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 이약사 이야기 /일상다반사 2010.06.14
일상 이른아침에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5시반이다. 옆에서는 정연이가 개구쟁이 모습으로 잠들어 있다. 이불은 발밑에 가있고 잠옷으로 입힌 티셔츠가 가슴게 까지 올라가 배꼽이 다 나와 있다. 살포시 들어서 제자리에 눕히니 목을 꽉 껴안는다. 잠결에라도 지 어미를 떨어지지 않을려는 몸부림같아 사.. 이약사 이야기 /일상다반사 2010.06.12
글쓰기 나이 40이 되었다. 약국에서 벗어나고 싶다. 좀더 가치있는 일이 하고 싶다. 난 정말 재주가 없다. 노래도 잘 못하고 춤도 잘 추지 못하며 그림도 젬병이다. 요리도 못하고 옷도 예쁘게 코디하는 법을 모른다. 집안을 정리 정돈하는 재주도 없고 화초를 잘 가꾸지도 못한다. 그런데 내가 잘 하는것이 있.. 이약사 이야기 /일상다반사 2010.06.01
암은 앎이다. 김성동 약사님의 다음 책 제목이라는데 그 말을 들으니 아하 그렇구나..해진다. 아버지의 투병생활을 도우면서 내가 정말 많이 모르고 살았구나,. 아무 생각없이 그냥 이끌려서 살았구나 라고 많이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투병이 5개월째를 무사히 넘어가고 있다,. 어제 저녁부터 열이나서 애간장을 .. 이약사 이야기 /일상다반사 2010.05.28
암은 아버지의 선물 나는 병주고 약주는 새깽이다. 아버지와의 불화로 근 4-5년을 담을 쌓고 살았는데,아버지가 돌아가신다고 해도 가보지도 않을거라고 생일날도 명절날도 찾아보지 않았다. 어느날, 우연히 약국에 들른 아버지, 아버지 역시 나에 대한 노골적 불쾌감을 얼굴에 드러내고 계셨는데, 얼굴에 병색이 완연하.. 이약사 이야기 /일상다반사 2010.03.19
아버지가 아프시다 아버지가 아프시다. 꿈인지 생신지 당황하여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모든일을 매끄럽게,가장 이상적으로 처리하면 좋을텐데.. 항상 지나고 보면.왜그랬을까? 과연 그것이 최선이었을까? 자꾸 되집어 지면서 가슴이 아파온다. 체중이 그렇게 오래 빠질때까지 아무도 암을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이 .. 이약사 이야기 /일상다반사 2010.02.26
길 맨날 오는 길인데,아차 하는순간 길을 잘못들었다. 자동차 전용도로라서 다시 쉽게 돌릴수가 없었다, 한참을 길따라 내려가다 , 어리둥절 하다가, 또 유턴할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그러다가 만난 표지판, 처음 보는 길이었다.. 그쪽길로 가본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이 아침에, 출근이 늦어질지도 모르.. 이약사 이야기 /일상다반사 2010.02.03
외할머니 92살 서장수 할머니. 아직도 혼자사는 씩씩할머니. 얼음동동서린 김장김치를 아직도 아그작 아그작 씹어드시는 무적 할머니 할머니,이 안시려? 어,긍게 오래사는가벼. 순대국 한그릇에 엄청 감사하시는 우리 할머니.. 지름닳을까봐 전기장판만 키고 자다가 콩벌레처럼 오그라져도 누구 원망 하시지 않.. 이약사 이야기 /일상다반사 2010.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