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약사 이야기 /일상다반사

외할머니

큰마음약국 2010. 1. 16. 09:50

 

92살 서장수 할머니.

아직도 혼자사는 씩씩할머니.

얼음동동서린 김장김치를 아직도 아그작 아그작 씹어드시는 무적 할머니

할머니,이 안시려?

어,긍게 오래사는가벼.

순대국 한그릇에 엄청 감사하시는 우리 할머니..

지름닳을까봐 전기장판만 키고 자다가 콩벌레처럼 오그라져도

누구 원망 하시지 않는 할머니..

 

내년 봄에 햇볕 따신날 죽었으면 좋겄다..를 입에 달고 사는 할머니

 

외할머니..

 

90살이 넘으면 나라에서 지름을 그냥 준다는 거짓부랭에 겨우 한숨놓고

보일러를 돌리는 짠돌이 할머니.

 

감딸때 오고 안오는 삼촌을 마냥 기다리는 할머니.

 

20년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좇같은 놈이라고 욕하는 웃기는 할머니

젊어서도 작은각시방에서만 자더니

죽을때도 작은가시만 먼저 데려갔다고 별걸다 질투하는 할머니

 

외할머니.

 

죽을 준비 다해놓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할머니

순서가 밀렸는가 보다고 하느님한테 전화좀 너라는 할머니..

 

내약만 먹으면 금방 낫는다고

내가 지은 약봉투만 봐도 다 낳았다고 좋아하는

바보 멍충이 할머니..

 

호박이 탕난지도 모르고 머리맡에 말려놓고 나를 기다리는 할머니.

말라비틀어진 배추한포기 담아주며 너무나 행복해하는 할머니..

 

나에게는 무적 서장수 할머니가 있다..

 

 

할머니, 날 따신날, 내가 지켜볼때 , 내 손잡고 ,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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