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약사 이야기 /일상다반사

일상

큰마음약국 2010. 6. 12. 15:46

이른아침에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5시반이다. 옆에서는 정연이가 개구쟁이 모습으로 잠들어 있다.

이불은 발밑에 가있고 잠옷으로 입힌 티셔츠가 가슴게 까지 올라가 배꼽이 다 나와 있다. 

살포시 들어서 제자리에 눕히니 목을 꽉 껴안는다. 잠결에라도 지 어미를 떨어지지 않을려는 몸부림같아 사랑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서 일까. 점점 더 몸에 깨어나서 일까.

요즘은 부쩍 일찍 잠자리에 들고 일찍 일어나게 된다.

새벽공기는 매우 상쾌하고 달다.

나는 환기를 위해 거실 창문을 활짝 연다음 설겆이를 하기 시작했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로 간밤에 담궈놓아 적당히 불은 그릇들을 달그락거리며 씻어내면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설겆이를 마친후에는 방문이 열려있는지 조심스럽게 확인하고 청소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6시도 채 안된 새벽이라 청소기를 돌리는것이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밖에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정연이가 놀다 흐트러놓은 딱지며 주영이가 먹다버린 아이스크림 봉지

수연이가 공부하다 만들어놓은 지우개가루, 남편이 벗어놓은 양말 들을 제자리에 갖다 놓고 청소기를 돌린다.

깨끗해진 집안을 보니  뿌듯하다. 그러나 걸레질까지는 도저히 할 수가 없다. 새소리가 날 유혹하기 때문이다.

청소기를 제자리로 가져다 놓은후 서둘러 밖으로 나간다.

그저께 장에서 사다놓은 오이모을 심기 위해서다.  작년에 만들어 놓은 거름을  담아  새로 만든 닭장옆에 두덕을 만들었다,

호미로 두덕의 모양새를 잡아주고  오이를 간격을 두고 심었다. 얼마 못가 주렁 주렁 매달릴 오리를 상상하니 절로 흥이 난다.

오이를 심은후에는 고수밭에 가본다. 작년에 심어놓은 고수가 씨를 뿌려 대를 이었다.

올봄에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어 거기 고수가 있었는지도 몰랐다. 고수밭에 돋아난 잡풀을 뽑아주니 고수들이

반짝 반짝 햇살을 받아 빛난다..

어디고 내 손이 가면 다 반짝 반짝 빛난다. 이 맛에 살림할 맛이 나는 거다.

둘러보니 닭장 공사후 인부들이 버린 빵봉지며 밭에서 흘러나온 폐비닐이며 강아지가 물어다 놓은 참치캔이며

마당에 쓰레기도 한가득이다. 에효,, 서둘러 쓰레기를 줍고 방에 들어오니 7시..

정연이는 그새 깨어나 엄마를 찾고 있다.

엄마,, 어디 갔었어,,,, 음,,마당에,,

 

아침에 1시간 반 일찍일어나니  고수도 오이도 마당의 장미도 다 반짝 반짝 해졌다.

내마음도 반짝 반짝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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