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밖 활동/기고

새전북신문 기고 - 김여사의 미래

큰마음약국 2011. 9. 9. 16:54

[기고] 김여사의 미래
2011년 09월 08일 (목) 이지향 완주군 여약사회 회장 APSUN@sjbnews.com
김여사는 남편의 귀가가 늦은 저녁 TV를 켜고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립니다.

도깨비 방망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신기한 제품이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쇼호스트는 그 제품 하나만 있으면 떡도 만들고 콩국수도 만들고 빵도 만들 수 있다며 분위기를 빵빵 띄웁니다.

 

오늘 사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바람에 김여사는 어느새 전화기 버튼을 누르고 있습니다.

막상 집에 도착한 제품은 기대에 미치질 못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고장이 나버렸습니다.

 

김여사는 늦은 밤 충동구매를 한 자신을 책망했지만 그러려니하고 곧 잊어버렸습니다.

 

 

 
  ▲ 사진출처-다음검색  
 
어느날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김여사의 친구가 세상

 

을 떠납니다.

친구의 장례식장에 다녀온 날 잠이 오지 않아

 

TV를 켜니 아스피린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아스피린만 먹으면 혈관의 찌꺼기가 없어져서

 

천년 만년 살 것 같습니다.

김여사는 날이 새기를 기다려 대형마트에 달려 갑니다.

 

꾸준히 먹어야 된다하니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사고 싶어서입니다.

마침 대형마트에서는 원플러스원 할인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1년치를 한꺼번에 구매하였습니다.

김여사는 열심히 아스피린을 먹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속이 쓰리기 시작합니다. 왜 아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속이 쓰리고 아프지만 도저히 병원에 갈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쓰린 속을 부여안고 신문을 보다가 어느날 위염,위궤양에 획기적인 신약이 개발 되었다는 광고를 봅니다.

 

당장 슈퍼로 달려가 위염약을 사서 먹기 시작합니다.

이제 김여사는 아스피린과 위염약을 동시에 먹기 시작합니다.

아스피린 때문에 속이 쓰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수 있는 전문가는 어디에 있습니까?

아스피린의 복용을 중단하기만 하면 위염증상은 저절로 개선 될 수도 있음을 김여사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대형마트의 전산원이 알려줄까요?

 

쇼호스트가 알려줄까요?

친절한 신문광고주가 알려줄까요?

도깨비 방망이야 고장나면 그만이지만

 

아스피린과 위염약으로 잃어버린 김여사의 건강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습니까?

그러나 보람도 있습니다.

 

김여사 한 몸 희생하야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길을 보장받은걸 생각해보면 그리 나쁜일만은 아닙니다.

 

대형마트의 매출증대, 제약회사의 매출증대, 종합편성채널의 광고수입증대,신문사의 광고수입증대라는

 

큰일을 
  해내지 않았습니까?

누구나 100년안에는 다 죽습니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약좀 먹어서 이땅의 산업화에 이바지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애국 아닙니까?

국민들의 엄청난 불편을 염려해서 나라법까지 고쳐가며 국민들을 위해 약을 슈퍼에서 팔게 해주시는데 대한

 

보답으로 김여사는 오늘도 약을 먹고 내일도 약을 먹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