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약국 이야기

40대 중반 가장의 갑작스러운 죽음, 심근경색

큰마음약국 2011. 9. 16. 15:32

 

 

 

명절전날 낮잠을 자고 일어난 정연이가 떼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정연이도 달래고 동네 어르신에게 인사도 드릴겸 산책을 나갔습니다.

 

유진네 할머니집에 가서 `할머니, 정연이 왔어요~~~` 하고 인사를 시켰습니다.

그나저나 작은 체구의 할머니가 더 작아져 계십니다.

허리가 반절로 접혀지다시피 하신 모습으로 마루에서 엉금 엉금 기어 나오십니다.

 

어르신, 지지미 안하세요?  왜이리 집안이 조용해요?

 

자식 앞세운 사람이 무슨 얼굴로 지지미를 하겠어?

 

네? 뭐를 앞세워요? 무슨소리여요?

 

유진 할머니는 처음 저희가족이 이 동네로 이사왔을때 모든것을 물심양면 도와주신 고마운 분이십니다.

80이 넘으셨지만 아직도 손수 들깨농사를 지으실 정도로 건강하시지요..

어르신과 10년넘게 왕래하다보니 할머니의 자제분들도 제가 다 알지요...

 

유진네 아빠가 가버렸어..

우리집 네째말이여..

 

무슨소리여요?

저 얼마전에 동네 어귀에서 마주쳤었는데.....

 

며칠전 출근길에 좁은 골목길에서 마주쳤거든요,,후진이 약한 저를 배려해서 유진아빠가 후진으로 비켜주셔서

서로 목인사하고 헤어졌는데,,,

 

저녁밥 잘먹고 푹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화장실에서 쓰러졌어,

그길로 예수병원으로 119 불러서 갔는데 영 못돌아왔어,, 심근경색이래...

 

뭐라구요? 이게 무슨일이래요,,

난 금시초문이라구요,

 

그럴수 밖에 없지..자네는 맨날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들어오니께 알턱이 있나..

오늘이 삼우제날이야...

 

아..어르신...

이게 무슨일이래요,,,무슨일,,,

 

꿈인지 생신지,,, 정신이 몽롱해졌습니다.

손에 들고간 명절 선물을 다시들고 황망하게 빠져 나왔습니다.

 

 

유진이 아버지는 45살이었습니다. 할머니의 넷째아들이죠.

우리 동네 골목 중간즈음에 살고 있었어요.

유진할머니는 셋째 아들과  우리동네 골목 초입에 살고 계시고요,

어렸을때는 싸움꽤나 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일찍 결혼을 하여  장성한 아들 둘에  느즈막히 늦둥이 딸을 얻어 가난하지만 오손도손 살고 있는

한집안의 가장이었습니다..

가진것없고 배운것 없는 시골의 넷째아들,, 번번히 하는 일마다 잘 되지를 않아서 늘 가난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는 하고 있는 일이 잘 되어 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평소 술도 잘마시고 놀기도 좋아하고 호탕한 성격이라 저 뿐만 아니라 동네사람들 모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황망히 떠나버렸습니다.

 

                                                                                                                                     사진출처-다음검색

4,50 대는 참 위험한 나이입니다.

 

몸은 노화되어 가는데 마음은 몸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방심하는 나이입니다.

60대가 되면 본인의 노화를 인정하고 관리를 하게 되는데 말이지요,,

 

심근경색은 조금만 몸관리를 했더라면 충분히 비켜갈수 있는 질환입니다.

아무도 본인에게 일어날거라고는 생각도 못하지요,,

그러나 4,50대에 그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저는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더 열심히 글을 써야 겠다. 더 열심히 블로그를 해야겠다.더 열심히 강의를 해야겠다.

라고 속으로 다짐 또 다짐하게 됩니다.

 

인명은 제천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자꾸만 마음이 아프고 아쉽기만 합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일어난 일이라 더 그렇습니다.

주제넘기는 하지만

 유진아버지에게 진작에 제가 약을 썼거나 건강강의를 해드렸더라면 ,,,,,

어쩌면 피해 갈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