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약국 이야기

박종철 할아버지

큰마음약국 2011. 1. 25. 16:38

80살 할아버지가 내앞에서 눈물을 훔치신다.

손잡고 다니시던 할머니가 대장암 판정을 받으셨다.

10년전에는 암환자가 아주 귀해서 동네약국에서는 암환자를 만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마치 흔한 바이러스처럼 너도 나도 암에 걸린다.

 

집가까이 약국을 두고서도 일부러 멀리 돌아서 우리약국에서 약을 지어가시던 할머니시다.

허리가 아파서 늘 복대를 차고 약간 구부정하게 다니셨는데

양약 많이 드시면 안좋아요, 하고 말해도 살만큼 살았어 하며  자주 자주 병원을 드나드시며

약을 지어드셨다.

 

얼마전 약국에 오셨을때 유난히 얼굴이 노래서

할머니 얼굴이 너무 노래요,, 검사한번 해보셔야겠어요,,했더니

그나저나 몸이 이상해서 자식들이 큰병원예약해놓았다고 곧 병원간다고 그러시더니

오늘 할아버지가 저렇게 초췌하게 나타나셔서 할머니 소식을 풀어놓으신다.

 병원에서는 너무 말기라 손대기가 힘들다고 그냥 퇴원하시라고 했단다.

 

 

할머니 좋아하는 비타민을 한박스 챙겨드리면서 할아버지의 손을 잡아드렸다.

60년을 함께한 할아버지는 말로 다 할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며 울먹이셨다.

나이들었다고 이별을 준비하는 것이 어찌 쉬우리오!

 

갈수록 많아지는 이 암환자들을 다 어찌한다냐!!

어깨가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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