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헌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읍니다.
올해로 80세, 혈압약과 위장약을 정기적으로 타러 오시는 단골분이셨어요,
너무 갑작스런 부음은 타인의 삶도 잠깐 멈추게 만듭니다.
2달전 할아버지께서 위암 진단을 받았읍니다.
아버지가 암투병을 하고 있는터라, 남일 같지 않아 퍽 마음이 아팠습니다.
할아버지의 병상태는 위중하여 병원에서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일절 권하지 않았습니다.
퇴원후에도 약국에 종종 위장약을 타러 오셨습니다.
워낙에 점잖으신데다 말수도 적으셔서 딱히 무슨말이 오가지는 않았습니다.
뭔가를 조언해드리고 싶어도 할아버지께서 별로 원하는 것 같지를 않아서요,
식사잘하시냐고 여쭤보면 식사 잘하신다고 끄덕끄덕 하고는 말뿐,
어떻게 해야 살수 있냐, 뭘 먹어야 하냐 등등 다른 사람처럼 궁금해하지를 않더군요,,
그러더니 1주일전에는 아드님이 약을 타러 오셨습니다.
객지에 나가 사는 장성한 아드님이었어요,.
어,,아버님은요?
요양병원으로 모실려고 내려왔어요.
네? 얼마전까지 약국오셨는데,,,
갑자기 식사를 못하시고 소변에서 피가 나와서요,..
아.. 그래요,,
그러고는 오늘 아침 할머니가 감기약을 지러 오셔서는 ,,,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병원으로 모신지 이틀만에 돌아가셨다고 하는군요,
사람들은 호상이라고, 고통없이 편히 가셨다고 위로한다지만,,
52년을 함께 산 할머니의 허망함은 말로 표현이 불가능하고 물기 가득한 할머니의 퀭한 눈동자만 서럽습니다.
암진단받고 2달만에 그냥 홀연히 여행가듯이 사라져버린것입니다.
할아버지의 모습니 내눈에도 이렇게 선한데
할머니는 어떻게 할아버지의 빈자리를 정리할까요? 그 절절한 마음이 전해져서
할머니를 꼭 안아드렸습니다.
할머니는 저의 품안에서 또 한참 우셨습니다.
얼마나 울어야 할아버지를 보내드릴수 있을까요?
참 허망합니다.
할아버지는 저의 조제실수도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고 , 다른약국과의 비교도 안하시고,
다른 할어버지처럼 서비스로 음료수내놓으라고 떼도 안쓰시고, 복약지도도 열심히 들으시는 점잖은 사람으로 기억됩니다.
열심히 투병하시는 아버지가 참 고맙습니다.
살아계셔서,
그냥 훅 가버리시지 않고 견뎌주시는 저의 아버지가 참 고마운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