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에 옷장을 뒤져 검정색옷을 갖춰입고 조문을 갔다.
마침 핸드폰을 집에 두고가서 퇴근후에 문자를 보게 되었는데,
피곤에 지친 나는 문자를 대충 보자 마자 아휴 또 상가집이야 하며 한숨부터 쉬었다.
누군가의 죽음이 나에게는 치뤄야할 하나의 일상일 뿐인것이다.
가야할지. 봉투만 해야 할지. 순간 머리속에서 여러가지 계산이 되었다.
그러다 결국은 가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는데
여하튼 누군가를 떠나 보낸다는것이 한 개인에게 매우 힘든일이므로 이럴때는 가서
위로를 하는것이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남편과 정연이를 대동하여 밤 늦게 도착한 상가집에는
먼저 도착한 정희와 정희남편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중에 현숙이와 현숙이 남편도 도착하고 소영이와 소영이 남편, 현서 도 왔다.
친구들이야 자주 보니까 세월을 잊고 사는데,
오랫만에 본 남편들이 모두 머리가 하얗거나 배가 나오거나. 머리가 벗겨졌거나 하면서
잊고 지내온 십수년의 세월을 떠올리게 했다.
당사자인 수현이는 정말 오랫만에 보았는데 전혀 변하지 않았다.
수현아! 하나도 안변하고 그대로네,,
에이,뭘...하면서 쑥스럽게 웃는 모습도 그대로였다.
애기까지 데리고 뭐하러 와. 하면서도 퍽 반가워하는 눈치였다. 반김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이런자리에서나 만나게 되는구나.. 잘지내지?
응 그럼,, 큰일치루느라고 애 많이 쓰겠구나. 밥잘챙겨먹어,,
그래 ,, 그럴께,,
담담하게 조문객을 맞는 수현이와 짧은 몇마디를 나누었지만
깊은 교감이 일어났다.
수현이와 대학시절에 나누어 가진 추억들도 짤막 짤막 떠올랐다.
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사는거 별것도 아니다.
다들 자기 삶에 집중하여 열심히 살고 있지만, 혼자라면 얼마나 외로운가?
누군가가 당신을 잊지않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만 안다해도 덜 외로운것을 ..
그렇게 흘러가다 또 만나면 되는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