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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살 서장수 할머니 2월 5일

큰마음약국 2017. 2. 5. 10:26


< 제목: 99살 서장수 할머니 >


99살 서장수 할머니

한국요양병원 307호에서 산소호흡기를 꽂고

겨우 겨우 숨만 쉬고 있는  외할머니.


며칠전만 해도 두유를 쪽쪽 빨아드시던 할머니,

빨던 빨대를 이빨로 짓이기면서 천년삭은 한을 뿜어대던 할머니

이제는 눈꺼풀을 들 힘도 없이 오그라들어 버린 할머니


한때는 

단감처럼 단단하게 

홍시처럼 붉게 타올랐을 할머니 

지금은 곶감처럼 쭈글 쭈글 말라버린 할머니 


숨만 쌕쌕 내쉬면서 갈날만 기다리는 할머니

그저께까지 지행이 왔다고 좋아하던 할머니

온몸에 주사를 주렁 주렁 매달고 요양병원 침대 한칸에 누워 몸에 갇혀버린 할머니


감은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서 내맘 아프게하는 할머니

나를 키워주신 할머니

나를 업어주신 할머니

내새끼도 키워주고 업어주신 할머니 


훨훨 날라가 버리시면 

다시는 만질수도 없고 볼수도 없겠지만

제발 빨리 날라가시라고 빌게 되는 할머니 


말라 비틀어진 몸뚱아리 버리고

나비처럼 나풀 나풀 날으시라고 빌다가도  

자꾸 손한번 더 잡아보고 싶은 할머니.


100년도 못사는 삶.

할머니의 삶을 통째로 물려받고 아찔한 나

할머니에게도 할머니가 있었고 

나도 할머니가 될거고, 할머니는 계속 할머니지,


할머니,

날이 좀 풀렸네,

봄이 오고 있어요,

이제 가셔도 되겄어요,


사랑해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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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외할머니는 93살때까지 마늘농사를 지을정도로

정정하셨는데 이듬해부터 치매가 생기셔서 요양병원에 계셨어요,

치매에도 종류가 많다는데 우리 할머니는 욕하는 치매에 걸리셔서

맨날 욕을 하셨어요, 너무 척하고 사셔서 그런거 같아요,

할머니가 두분이셨는데 우리 할머니가 작은할머니와 사이좋게 지내셨거든요,

사실은 속으로 엄청 속상하셨을텐데 표현안하고 사신거죠, ㅠㅠ

점점 기억이 끊기고 기억이 왜곡되어가도 

끝까지 저에 대한 기억은 왜곡되지도 끊기지도 않아서 며칠전까지

저를 알아보시면서 좋아하셨는데  이제는 잠만 주무시네요,


5남매중의 셋째딸인 저는 거의 외갓집에서 자랐어요,

할머니가 저를 사랑으로 돌봐주지 않았더라면 저는 지금쯤 어떻게 성장했을까요? 

할머니는 제가 결혼해서도 제곁을 떠나지 않고 저를 돌봐주었답니다.


아래글은 제가 7년전에 쓴 글이네요,





92살 서장수 할머니.

아직도 혼자사는 씩씩할머니.

얼음동동서린 김장김치를 아직도 아그작 아그작 씹어드시는 무적 할머니

할머니,이 안시려?

어,긍게 오래사는가벼.

순대국 한그릇에 엄청 감사하시는 우리 할머니..

지름닳을까봐 전기장판만 키고 자다가 콩벌레처럼 오그라져도

누구 원망 하시지 않는 할머니..

 

내년 봄에 햇볕 따신날 죽었으면 좋겄다..를 입에 달고 사는 할머니

 

외할머니..

 

90살이 넘으면 나라에서 지름을 그냥 준다는 거짓부랭에 겨우 한숨놓고

보일러를 돌리는 짠돌이 할머니.

 

감딸때 오고 안오는 삼촌을 마냥 기다리는 할머니.

 

20년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좇같은 놈이라고 욕하는 웃기는 할머니

젊어서도 작은각시방에서만 자더니

죽을때도 작은가시만 먼저 데려갔다고 별걸다 질투하는 할머니

 

외할머니.

 

죽을 준비 다해놓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할머니

순서가 밀렸는가 보다고 하느님한테 전화좀 너라는 할머니..

 

내약만 먹으면 금방 낫는다고

내가 지은 약봉투만 봐도 다 낳았다고 좋아하는

바보 멍충이 할머니..

 

호박이 탕난지도 모르고 머리맡에 말려놓고 나를 기다리는 할머니.

말라비틀어진 배추한포기 담아주며 너무나 행복해하는 할머니..

 

나에게는 무적 서장수 할머니가 있다..

 

 

할머니, 날 따신날, 내가 지켜볼때 , 내 손잡고 ,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