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삶과 시 >
메르스 때문인지,가뭄 때문인지 시절이 하수상하여 우울한데~~페친께서 소개한 이 시를 읽고 크게,아주 크게 웃었네요,ㅎ
약은 약사에게 ,시는 시인에게, 밥은 아줌마에게라는 담벼락을 부수고 약사와 시인과 아줌마의 경계를 한방에 무너뜨리는 시를
만나니 삶이 매우 가볍고 경쾌해집니다.시 쓰는거나, 약 짓는거나 , 밥 짓는거나 다 똑같은거 아니겄어유? 결국은 다 사는거 아녀유,
삶이라는 것이 다 그런거 아녀유? ㅎㅎㅎㅎㅎㅎ
카친여러분~~
오늘도 주어진 자리에서 열심히 시를 쓰듯이 삶을 지읍시다.
우리는 모두 다 시인이랑께요~~~ㅎ
< 참 빨랐지 그 양반 / 이 정록 >
신랑이라고 거드는 게 아녀
그 양반 빠른 거야 근동 사람들이 다 알았지
면내에서 오토바이도 그중 먼저 샀고
달리기를 잘해서 군수한테 송아지도 탔으니까
죽는 거까지 남보다 앞선 게 섭섭하지만
어쩔 거여 박복한 팔자 탓이지
읍내 양지다방에서 맞선 보던 날
나는 사카린도 안 넣었는데
그 뜨건 커피를 단숨에 털어 넣더라니까
그러더니 오토바이에 시동부터 걸더라고
번갯불에 도롱이 말릴 양반이었지
겨우 이름 석자 물어 본 게 단데 말이여
그래서 저 남자가 날 퇴짜 놓는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어서 타라는 거여
망설이고 있으니까
번쩍 안아서 태우더라고
뱃살이며 가슴이 출렁출렁하데
처녀적에도 내가 좀 푸짐했거든
월산 뒷덜미로 몰고 가더니
밀밭에다 오토바이를 팽개치더라고
자갈길에 젖가슴이 치근대니까 피가 쏠렸던가 봐
치마가 훌러덩 뒤집혀 얼굴을 덮더라고
그 순간 이게 이녁의 운명이구나 싶었지
부끄러워서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는데
정말 빠르더라고 외마디 비명 한번에 끝장이 났다니까
꽃무늬 치마를 입은 게 다행이었지
풀물 핏물 찍어내며 훌쩍거리고 있으니까
먼 산에다 대고 그러는 거여
시집가려고 나온 거 아녔냐고
눈물 닦고 훔쳐보니까
불한당 같은 불곰 한 마리가
밀 이삭만 씹고 있더라니까
내 인생을 통째로 넘어뜨린
그 어마어마한 역사가 한순간에 끝장나다니
하늘이 밀밭처럼 노랗더라니까
내 매무새가 꼭 누룩에 빠진 흰 쌀밥 같았지
얼마나 빨랐던지 그때까지도
오토바이 뒷바퀴가 하늘을 향해
따그르르 돌아가고 있더라니까
죽을 때까지 그 버릇 못 고치고 갔어
덕분에 그 양반 바람 한번 안 피웠어
가정용도 안되는 걸
어디 가서 상업적으로 써먹겠어
정말 날랜 양반이었지
6월27일 토요일
오후 3시에서 7시
전라도 광주 번개
자세한 일정과 장소는 추후 공지해드릴께요~~^^
< 메르스 때문에 취소될 확률이 매우 높아지고 있네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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