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약사 이야기 /일상다반사

선생님.. 아,,,아....선생님^^*

큰마음약국 2011. 12. 10. 12:44

 

 

 

요즘 교권이 바닥에 떨어졌다고 합니다.

 

얼마전에 젊은 여선생님에게 막말하는 남학생들의 동영상이 공개되어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선생님과 제자와의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데,,,

그 관계가 많이 단절된 아이들이 많이 안스럽습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된건 아이들 개인적인 인성도 있겠지만....

어른들의 책임이,이 사회의 책임이  90%가 넘는 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보여준 세상이 그것이었으니,,아이들이 그렇게 자랄 수 밖에,,,

 

그런 아이들에 비해 ,,

저는 얼마나 축복받은 세대인가요?

 

예나 지금이나 입시 스트레스는 매우 컸지만..

저희때는 선생님의 그림자는 밟을 지언정(?)

선생님의 권위는 밟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선생님에 대한 무한 존경과  제자에 대한 무한 사랑이 커나갔죠,,,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입니다..

 

저의 고등학교때 은사님께서 저희 약국에 친히 꽃바구니를 보내 주신 날이기 때문입니다.

 

 

 

약국이 아주 많이 환해 졌네요,,,^^*

비록 쌍화탕 박스위에 올려놓았지만,,,,,

 

 

꽃집 사장님의 전화를 받은 순간 부터

저는 당황스럽고,송구스럽고,염치없고 ,숨고 싶었습니다.

 

 

이런,,이런 ,,

제가 보내드렸어야 맞는데,,

 

어찌하여 ,,

선생님이 저에게,,,

 

 

선생님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저에게 깜짝 선물을 주고 싶었다고 ...

늘 선생님께 큰 사랑을 받기만 하는

 

나는...

 

나는 ,,,

 

할 말을 잃고

 

한참동안 꽃을 하염없이 바라보았습니다...

 

.

.

.

.

.

.

선생님의 첫 부임지는 저희 학교 였습니다.

저는 반항기 많은 여고2학년 ,

시니컬하고 보이쉬한 여고생이었죠,,

 

고등학교 1학년때까지는 공부도 곧잘 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고등학교 2학년때 부터는 모든것에 흥미를 잃어버렸어요..

그렇다고 튕겨나갈 용기도 없고.,

그냥 그렇게 시간을 때우면서 질펵거리고 있었지요^^*

 

 

그러다..어느날,,

 

 

저는 드뎌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반항을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시험기간에 전혀 공부를 하지 않고

그대로 백지상태로 내어 버린거지요...

 

화학을 담당하던 선생님은

너무 놀래서 ,,,

저를 따로 불렀습니다..

 

 

담임도 아니셨고,,,

저는 별 볼일도 없는 아이 었는데,,

 

선생님께서는

시든 화초에 물을 주듯이 저를 정성껏 대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공부를 할 수 있었고,,

화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화학을 끼고 사는 약대에 진학 할 수  있었답니다...

 

졸업하던 날이 기억납니다...

선생님은 손에 끼고 있던 작은 반지와 함께,,

낡은 책 한권을 주셨습니다..

 

 

바로 이 책이랍니다...

 

 

 

책 표지에는 이런 말씀도 새겨 주셨습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하던 때는 1989 년도,,,

교실 보다는 거리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던 시절이었습니다..

교실보다는 거리를 택했던 수많은 이유중,,,

선생님의 영향도 무시 못하겠지요? ㅎㅎ

 

어느 더운 여름날...

 

쌔카맣게 그을린 얼굴로,,

날티하나와 청바지를 걸친채 선생님을 찾아간적이 있었어요..

선생님이 사주시는 팥방수를 신나게 먹고 있는데,,,

 

선생님이 짠한 표정으로,,

 

지향아...

조국과 민족도 중요하다만..

 

니가 지금 이렇게 이쁜데,,,

이쁜 것도 한철인데,,

 

이렇게 쌔카맣게 ,,,

선머슴처럼 돌아댕기는 것을 보니,,

선생님 맘이 아프다....

 

하시면서 ,,,,

용돈을 주셨던가..

 가서 나눠 먹으라면 빵을 몽땅 사주셨던가,,,

 

암튼,,,

돌아서서 오면서,,

제가 내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는 세월이 흘러,,,

저는 약사가 되었고,,,

세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약국을 몇번 접었다 폈다 했고,,,

그러면서 먹고 사는 것이 바쁘다고

 선생님과 점점 연락이 멀어져갔습니다..

 

그러다

작년엔가 불현듯

제정신이들어 영양제 한통 보내드리면서

 제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드린게 전부......

 

졸업한지 20년도 지난 늙은 제자를..

4가지도 없이 무심한 제자를...

 

뭐시가 이쁘다고,

이런 무한 감동을 주시는지,,,

 

저는 눈이와서 그런지,,

 

눈에 ,

가슴에, 

물컹 물컹

무언가가 자꾸 차올라,,,

 

한참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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