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오늘 오전에 시간이 생겼어요,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저도 모르게 아버지모신 추동마을 선산으로 발길이 닿았어요,
시간반이나 걸쳐 걸어서 갔어요, 모자를 뒤집어쓰고 폴라티로 얼굴을 깊숙히 가린채 걸었지요,
바람이 무척 차가웠어요,
아버지가 거기 계신다고나 하니까 걷지 제가 그길을 걸을 생각이나 했겠어요,
들판은 추위에 납작 엎드린채 얼어붙어 있더군요,
그래도 봄이 가까와져서일까, 가끔 땅냄새가 정겨웁게 스쳐지나갔어요,
마을은 인적이 드물더군요, 차도 안지나가요,,
차도 사람도 드문 길을 혼자서 걷다가 그만 길을 잃었지 뭡니까? 내 참 한심해서 ,,ㅎㅎ
그래도 동물적 감각으로 헐떡이며 찾아갔어요,
아버지가 거기 없다는거 알아요, 아버지가 승천하시는것을 제 눈으로 봤으니까요,
그래도 웬지 거기 가면 아버지가 있을것만 같아서 거기로 갔나봐요,
산에 다 올라가니 살아생전의 아버지 모습이 떠 올랐어요,
~추운데 뭐하러 오냐, 약국은 어떡허고, 봐라. 자리좋지? 내걱정하지 마라.. 애들잘있냐?
그렇게 몇마디 하시고는 또 재촉이시겠지요
~얼른 가봐라.빨리 안내려갈래,, 어허,, 빨리 가라니까 ,,천하의 이전원이가 이까짓거 못이기겄냐~
그래서 오래도 못있고 내려왔어요,
아버지 거기 좋대요,, 양지바르고 대숲소리가 고즈넉한 산속을 심심하지 않게 해주고
새들도 많이 놀러오대요,, 봉동이 먼발치지만 보이는것도 마음에 들고,,
아버지,,
제가 아버지에게 최선을 다했을까요? 매순간의 선택이 어떠했을까요?
아버지를 존중한다하면서 아버지를 방치한건 아닐까요?
아버지를 사랑한다하면서 귀찮게만 한건 아닐까요?
아버지와 저는 정말 화해를 했을까요?
사실 아버지께 서운한것도 죄송한것도 많았지만 한번도 표현하지 않았어요,
다 부질없어 보였고, 아버지가 과연 제 마음을 받아줄까 겁도 났거든요.
그런데 아버지가 이렇게 황망하게 가버리시니까 에이 어차피 가실것 실컷 회포나 풀것을 하는
후회도 살짝 되네요,,
아버지는 저를 다 용서하셨을까요?
아버지는 저에게 진심으로 미안했을까요?
아버지,,
아버지가 안계셔도 세상은 잘도 돌아갑니다.
저의 일상도 그대로 입니다.
아버지,,,
기억상실증에 걸린마냥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다만. 정말 아버지가 이세상에 없는걸까? 하고 자꾸 되물어집니다.
아버지..
내일 다시 쓸께요,
아버지를 보내드리는것이 쉽지가 않군요,,
아버지는 이미 가셨다는거 알아요,, 제가 아버지를 잡고 있죠,,
어쩌겄어요,, 아버지가 이해하세요, 아버지 딸래미잖아요,,